스포츠가 OTT로 향하는 이유
아직도 시청율 40%를 기록하는 콘텐츠가 있다. 얼마전 열린 미국의 슈퍼볼 경기는 미국 1억 1,230만 명이 시청했다. 미국인 모두가 사랑하는 풋볼리그인 NFL 은 TV의 미디어 영향력을 지속시켜주는 그야말로 ‘파워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는 비인기 스포츠인데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통해 슈퍼볼 경기가 중계되었다.
TV의 시청시간을 장악한 NFL
아래 데이터를 보자. NFL 경기의 시청 시간은 2.7%, 대학 미식축구는 1.3%로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는 시청 시간 기준 상위 30개 프로그램 중 8개, 상위 11개 중 6개를 차지하고 있다. NFL은 스포츠 관련 시청 시간의 19.9%를 차지한다. 광고주들이 스포츠에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스포츠 생중계는 지상파 채널, 지역 케이블 채널, 그리고 ESPN , FOX Sports 등 스포츠 전용 채널들을 통해 송출되어 왔다. 1년에 2월 둘째주 일요일에 개최되는 슈퍼볼 단판 승부는 지상파 채널들이 돌아가면서 방송하도록 룰을 정했다.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한 스포츠 리그와 학교 스포츠 종목들이 발달한 미국에서 RSN(Region Sports Network) 은 케이블TV의 힘을 지탱하는 채널 네트워크였다. 컴캐스트, DirectTV 등은 이런 스포츠 중계들을 통해 유료 번들을 유지해 왔다. 실제 미국에서 코드커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스포츠 애호가들의 해지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OTT의 스포츠 독점 경쟁 시작
몇년전 부터 NFL을 포함한 야구, 아이스하키 등 인구 스포츠 종목은 OTT의 주력 콘텐츠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2021년 아마존은 NFL의 ‘목요일 경기’ 를 무려 10억 달러를 주고 독점 계약했다. 케이블TV 채널에서는 NFL의 목요일 경기를 시청할 수 없고 오로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아마존의 게임 스트리밍 ‘트위치’를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다. (해당 경기의 지역 케이블 채널만 예외로 송출이 가능하다.)
아마존이 NFL 경기에 베팅한 이유는 아마존 프라임의 충성도, NFL 경기를 통해 TV 광고 시장 개척, 트위치의 충성 팬들인 10~20대 고객의 스포츠 영향력 확대등이 있다.
아마존프라임 비디오를 통한 스포츠 중계 시청은 기존의 TV와 달리 시청 방식도 변화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시청 몰입도가 떨어진다. 아마존은 이미 X-Ray 기능을 두어 팬들이 실시간 통계 투표 및 여러 경기 다시보기등을 제공해왔다. 이러한 기술과 데이터가 결합된 스포츠 중계는 OTT를 통해 더욱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다.
디즈니 ‘NFL Sunday Ticket’ 확보에 주력
얼마전 디즈니의 실적 발표 현장에서 CEO 밥 차펙은 ‘NFL Sunday Ticket’ 의 권리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NFL의 경기 중 일요일 경기가 가장 인기 있는 시간으로 판권 예상가만 25억불에 달한다. DirectTV가 15억불에 계약을 했으니 OTT들의 경쟁이 협상가에 불을 지폈다. 아래표를 보면 NFL의 판권 총계가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디즈니의 이 발표는 의도적인 면이 있다. 현재 NFL Sunday Ticket의 예상 주인은 아마존, DirecTV 그리고 애플TV 였다.
디즈니는 NFL의 월요일 경기를 ESPN과 ABC 지상파 채널들을 통해 TV와 Hulu Live TV 를 통해 중계하고 있다. 스포츠 OTT인 ESPN+에는 NFL이 제공되지 않았다. NFL 일요 경기는 통상 년간 300불 수준에 유료 판매해왔다. 디즈니가 일요 경기 판권 확보에 나섰다는 것은 ‘ESPN+’에 NFL 경기를 포함시키겠다는 결정이고 본격적으로 스포츠의 파워를 OTT로 이동하겠다는 전략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ESPN 케이블 채널은 가입자당 10불을 컴캐스트등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받는 안정적 ‘캐쉬카우’ 이다. ESPN+에 NFL 인기 경기를 유료로 패키징 하면 ESPN의 채널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디즈니가 ESPN+ 강화에 무게를 두는 것은 3가지 이유가 있다.
#1 스포츠는 OTT 경쟁에 핵심 연료
우선 OTT에서 스포츠 콘텐츠는 치열한 경쟁 영역이 되었다. 지상파와 그들의 OTT인 피콕, 파라운트+, VMVPD(가상 유료방송 플랫폼) 으로 분류하는 유투브TV, FUBO TV 등이 지역 스포츠 종목들을 차별화로 내세워 50불~100불 사이의 유료 OTT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ESPN+ 가 전문 스포츠 OTT 라고 하지만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스포츠는 OTT의 경쟁에 연료가 되어 버렸다.
#2 줄어드는 Z세대 스포츠 관심을 OTT로 흡수
두번째는 13세~23세의 Z세대가 스포츠 생중계로 부터 점차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Morning Cunsulting 조사결과에 의하면 전체 성인의 42%와 밀레니얼 세대의 50%가 일주일에 한번 이상 스포츠 생중계를 시청한다고 조사되었는데 Z세대는 24%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Z세대가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콘텐츠의 소비 축이 TV가 아니라 틱톡이나 게임 스트리밍, 스포츠 게임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OTT인 ESPN+ 가 Z세대와의 접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3 커드커팅의 가입자를 전환
세번째는 케이블채널의 코드커팅 가입자들이 스포츠가 포함된 VMPVD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케이블의 구독자 하락 추이와 가상 MVPD 가입자 상승 추세는 서로 반비례한다.
스포츠가 Direct to Consumer 시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NFL의 가장 인기있는 일요일 경기 판권을 디즈니가 확보한다면 ESPN+, Hulu Live TV 등 스트리밍의 다양한 번들 상품을 운영할 수 있다.
애플도 스포츠 경쟁에 참전
OTT로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애플이 NFL 일요 경기 판권 경쟁에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애플TV+ 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콘텐츠는 축구를 소재로 한 코미디 시리즈 ‘Ted Lasso’ 이다. NFL 이외에도 애플TV+ 는 MLB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현재 현금 여력이 가장 많다는 점에서 높은 값을 부를 수 있다.
경쟁자들은 아마존이 만일 일요 경기 판권 까지 가져가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한다. 특히 NFL 리그 전체가 Amazon web service 에서 관리되고 있고 NFL의 경기 정보들이 아마존의 AI 기술로 돌아간다.
스포츠 베팅도 OTT 경쟁에 무기
현재 미국에서는 실시간 스포츠의 베팅 서비스가 더 폭넓게 허가되고 있다. 가상 MVPD 인 FUBO TV 는 실시간 생중계 스트리밍과 연동한 현금 베팅 앱 ‘Fubo Sportbook’을 출시했다. 미국의 10개 주에서 허가가 되었는데 이런 베팅 서비스가 OTT들의 수익성을 찾아줄 대안이 되고 있다.
스포츠 생중계 없는 넷플릭스의 스포츠 전략
이제 넷플릭스만 실시간 스포츠 중계 콘텐츠가 없다. 넷플릭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스포츠를 소재로한 오리지널 장르를 넓히는 것이다.
대표적 스포츠 다큐멘터리 Formula1 : Drive to Survive (F1 본능의 질주) 은 레이싱에 주인공인 드라이버와 팀의 흥미진진한 뒷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벌써 시즌4의 런칭을 앞두고 있다. 테니스, PGA 등으로 스포츠 종목도 넓여가고 있다.
최근 백신 거부로 호주 입국이 거부되었던 테니스 선수 조코비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이다. 시즌 내내 조코비치의 라커룸, 치료실, 테니스 경기장을 따라다니며 촬영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 선수들의 현장 기록들은 스포츠 팬들에게 생중계와는 또 다른 의미로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이 되고있다.
미국과 다른 한국 : 스포츠 오리지널에 투자 필요
스포츠가 OTT로 향하는 이유는 거대한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상징한다. 이 속도는 미국이 가장 빠르고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이 단계로 진입하지는 않았다. 프로야구가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지만 TV의 실시간 중계 파워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스포츠 스트리밍에 직접 돈을 지불하는 사업 모델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SPOTV NOW 등 해외 리그를 유료화 한 채널과 앱이 있으나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쿠팡플레이, 티빙등은 해외 축구 리그, 월드컵 지역 예선 들을 독점으로 제공하는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지형을 변화 시킬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 판권을 독점하는 경쟁 보다 오히려 넷플릭스 처럼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스포츠를 소재로한 오리지널 제작에 투자를 늘리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다. 실시간 중계로 얻는 감동도 의미있지만 스포츠 선수들의 라커룸 뒤의 땀과 고통은 또 다른 감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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