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주제를 이야기 하기 전에 아래 노래가사를 읽어보자.
Let's hope you never leave old friend Like all good things on you we dependSo stick around cos we might miss youWhen we grow tired of all this visualYou had your time you had the powerYou've yet to have your finest hour Radio
너는 오랜 친구를 떠나지 않길 바라네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에만 의지 하듯우리는 너를 늘 그리워해눈으로 보는 것(비디오)에 지칠 때면 우리는 네가 그리울 거야너는 너만의 시간이 있었고너 만의 힘이 있었어 넌 아직도 너만의 근사한 시간이 있잖아 라디오
가사를 읽는 순간 눈치챘을 것이다. 1984년 영국 밴드 퀸의 히트곡 ‘Radio Ga Ga’ 가사 중 일부다. 여기서 라디오는 곧 ‘오디오’이다. 당시는 뮤직 비디오나 VHS 비디오의 황금기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를 잊지 말자는 노랫말은 ‘비디오’가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2021년 현재에 들어맞는 외침이 아닐까?
클럽하우스는 ‘오디오’를 ‘소셜’로 진화시켰다.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폭발적 인기가 잠시 주춤하기는 하지만 클럽하우스로 촉발된 ‘오디오’의 가치는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빛을 내고 있다. 이 젊은 플랫폼이 추구하는 철학과 오디오를 둘러싼 소셜 공간의 치열한 경쟁을 이해하면 클럽하우스가 일시적 인기가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오디오’가 독립적 가치로 가장 빛을 내는 매체는 라디오이다. 그리고 라디오를 송출하는 방송국의 네트워크를 인터넷으로 옮겨 스트리밍 기술로 나온 서비스가 ‘팟 캐스트’이다. 이는 마치 텍스트가 신문을 통하지 않고 블로그로 확장되었으며, 이것이 다시 140자에서 280자로 확대된 트위터로 변신하는 흐름과 유사하다.
동영상은 어떤가? 방송국의 권한을 경유하지 않고 서버를 통해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재탄생한 동영상! 이 동영상은 다시 짧은 길이 포맷인 ‘틱톡’으로 변신했다. 이렇듯 인터넷은 유통과 생산의 경로를 단순화하고 콘텐츠 포맷을 다양하게 변신시켰다. 트위터,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이 텍스트, 동영상, 사진의 콘텐츠적 가치를 파생시킨 것처럼 클럽하우스는 오디오를 진화시키고 있다.
오디오의 또다른 가치를 창출한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를 ‘소셜 오디오’로 부르는 이유는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관계’ 안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성으로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의 방에서 소통되는 관계와 그 네트워크 안에서 탄생하는 콘텐츠는 정보성, 오락성, 예술, 나눔 등 의미 있는 맥락으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관계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한 비 콘텐츠적 유희도 있다)
클럽하우스는 누구나 방을 만들 수 있고, 빠르게 방을 진입하고 이동할 수 있고, 진정성과 친절을 규칙으로 소통(채팅) 한다. 실시간 소통 후에 오디오는 ‘휘발’ 한다.
초기에 비해 이용자 수는 감소했지만 클럽하우스 안에서 소통되는 콘텐츠의 주제와 ‘질’은 매우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KBS 라디오는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여 언택트 공연을 시도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클럽하우스와 최고 인기 스포츠 NFL의 제휴가 발표되었다. 봄 시즌에 개최되는 ‘드래프트(선수를 사고파는 행사)’ 기간 동안 클럽하우스를 통해 팬들의 모의 드래프트 방, 인기 선수 팬미팅 방등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클럽하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클럽하우스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토론방, 정보방들은 클하에서 가장 많이 열리는 공간이고 최근에는 이용자 스스로 음악 콘텐츠로 공연이나 음악과 영화 토론, 책 읽는 모임 등 ‘클생(클럽하우스의 활동)’의 생기를 바꾸어 놓고 있다. 특히 클럽하우스를 통해 창작자들의 경계가 넓어지고 있고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클럽하우스의 강점인 희소성, 휘발성, 폐쇄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는 부정하기 어렵다. '꼰대 하우스' 혹은, 수평인 줄 알았더니 '그들만의 리그', 검색도 어렵고 소셜미디어인 줄 알았더니 '그냥 라디오!' 등의 비판이 잇따른다. 특히 이용자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고리인 바이럴 루프가 느려졌다.
물론 2년도 채 안된 서비스에 ‘성장 멈춤’을 진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최근 클럽하우스는 미국 시장에 먼저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했다. 정체의 계곡을 어떻게 넘어가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오디오의 서비스 혁신은 모든 소셜미디어로 확대 중
‘오디오’를 통한 서비스 혁신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다. 클럽하우스로 촉발된 오디오 경쟁이 소셜미디어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스포티파이, 링크드인 등 소셜미디어들이 ‘실시간 기반의 오디오 채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클럽하우스가 뜨니까 카피캣 경쟁이 시작된 것일까? 몇 년 전부터 오디오 경쟁은 ‘팟 캐스트’ 콘텐츠를 두고 스포티파이와 애플 간에 치열한 싸움이 전개 중이었다. eMarketer는 2021년 미국 내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월간 유저를 2,820만 명 수준으로 측정했다. 애플은 현재 2,800만 명 수준이다. 2000년 초기부터 팟캐스트를 키우기 시작한 애플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에 광고를 삽입해 수익성을 도모해왔고 최근 두 회 사는 구독 모델로 창작자들의 생산력을 자극하고 있다.
라디오에서 변형된 팟캐스트는 역사(애플이 아이튠즈를 만들 2000년대 초기부터 팟캐스트를 디렉터리로 만들었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 팟캐스트 광고 시장은 동영상 광고 시장 크기의 10~15% 수준으로 아직 작다.(한국은 더욱 그렇다)
클럽하우스가 만들어낸 소셜 오디오는 팟캐스트 시장을 자극했다. 왜냐하면 클럽하우스 안에서 소통되는 많은 오디오들 속에는 콘텐츠 진주가 숨어있다. 그리고 오디오 콘텐츠를 선호하는 팟캐스트 이용자들이 클럽하우스가 만들어낸 ‘오디오 장터’로 몰려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한 카피캣이 아닌 오디오 생태계의 판키우기 전술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메신저에 ‘Audio Live Room’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마치 인스타그램에 적용된 ‘틱톡’의 카피캣인 ‘Reels’ 나 스냅챗을 베낀 ‘스토리’ 서비스를 도입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스토리’ 도입 이후 인스타그램은 주춤하던 월간 방문자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트위터는 오디오 채팅 기능인 ‘Space’를 이미 서비스 중이다.
트위터의 Space의 사용후기를 보면, 클럽하우스에 비해 익명성이 강하고, 오디오 대화 중에 트윗을 통해 정보의 링크도 가능하다. 클럽하우스 이용자 수의 몇 배 이상인 트위터에는 10만 명 이상의 방도 존재한다. K-POP 콘텐츠의 글로벌 연결고리로 트위터의 Space를 활용하는 국내 아티스트 (NCT 등) 들도 늘어난다. 트위터의 특성 안에서 ‘오디오’가 작동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클럽하우스와 달리 녹음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녹음 이후에 만들어진 오디오 콘텐츠를 짧게 편집해서 뉴스피드에 내보낼 수 있는 ‘soundbites’ 기술도 도입한다. 녹음된 오디오 콘텐츠에서 의미 있는 부분만 편집해 오디오 클립으로 만들어 뉴스피드에 게시할 수 있다.
방이 종료되면 휘발되어 버리는 클럽하우스와 달리 페이스북은 오디오 클립으로 변환시켜 팟캐스트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인 것이다. 페이스북은 오디오 제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Audio Creator Fund”를 발표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뜨고 있는 창작자들을 흡수하고 이들을 통해 변형된 팟캐스트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전술이다.
스포티파이 역시 ‘Locker Room’ 이라는 스포츠 콘텐츠의 클럽하우스로 불리는 서비스를 인수했다.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생태계를 라커룸과 연동시키면 페이스북의 전술과 동일해진다. 페이스북과 스포티피아는 최근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뉴스피드에 자유롭게 목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휴에 서명했다. 오디오를 둘러싼 합종연횡이 몇개월 동안 쉴새없이 이어지고 있다. 클럽하우스로 촉발된 ‘소셜 오디오’ 경쟁이 팟캐스트와 소셜미디어 거인들에게 오디오의 전방위적 활용 기회를 일깨워 준 것이다.
카피캣은 클럽하우스를 더 빛나게 할것인가?
모든 소셜미디어가 클럽하우스 기능을 채택했는데 왜 클럽하우스를 따로 써야 할까? 오디오로 급부상한 신생 플랫폼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셜미디어의 대장주들 뒤에 서서 작은 틈새시장을 만들어 가다가 잡아먹힐 것인가(인수 합병)? 오디오를 기반으로 소셜 미디어 영역을 독자적으로 확장해 넥스트 트위터 이상으로 커질 것인가?
소셜 관계의 친밀도를 연결하는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클럽하우스도 소셜미디어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최근 앱의 업데이트를 통해 클럽하우스의 ‘클럽’의 확산에 필요한 공유 기능(초대장이 아닌 단순 공유로 가입 가능)을 강화하고 방 참여자들이 스피커와 클럽을 쉽게 팔로우할 수 있도록 서비스 연결을 강화했다. 유저들의 연결 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고 ‘클럽’을 활성화하려는 의지이다.
그 다음 과제로는 창작자들이 만들어낼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얼마 전 클럽하우스는 창작자들의 수익을 보장할 유료 장치를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50개의 독창적 오디오 콘텐츠를 파일럿으로 만들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클럽하우스 판 오리지널’을 제작하는 것이다. 팟캐스트와 유사한 방식이면서도 클럽하우스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여기에는 K-POP 관련 토크쇼, 음악 협업 공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복잡한 백화점의 작은 매장에 입점해 있는 인기 맛집 (페이스북, 트위터의 클럽하우스)과 문만 열면 펼쳐지는 맛의 향연이 펼쳐진 원조 맛집(클럽하우스)은 병존해 갈 것이다. 이용자, 창작자들의 열정으로 클럽하우스는 독창적 위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용자들은 즐겁다. 클럽하우스,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티파이에서 ‘오디오’가 진화하고 있다. 오디오에 새로운 관계와 나의 ‘존재’를 맡겨보자.
Radio what's new? Radio someone still love you
퀸의 노래에서 라디오를 ‘오디오’로 바꾸어 마무리 지어보자. 라디오(오디오), 누군가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