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넷플릭스가 1등이 아닌 이유 & 한국OTT
서계에서 4위 인구수로 2억 7천만명을 보유한 나라 인도네시아! 이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1등이 아닙니다.
우선 아래표를 보시죠.
해당 국가의 전체 인구 중에 넷플릭스 구독자 비율입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이 8%로 추산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0.3%에 불과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500만 돌파한 디즈니+
지난 9월 디즈니는 인도네시아에서 <디즈니+핫스타> 로 500만 구독자를 확보하여 1위에 올랐습니다.
저가 요금, 통신회사 Telkomsel 과 하드 번들, 인도네시아 시청자들도 좋아하는 발리우드 영화 그리고 인도네시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힌두교인들을 포섭한 인도 콘텐츠들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즈니+의 핵심 IP인 마블, 스타워즈 등은 이슬람교인들도 좋아할 만한 ‘순한맛’ 액션 이라는 점에서 유료 이용자 확보에 효과적이었습니다.
MAU 6천만 로컬 OTT <VIDIO>
전체 프리미엄 SVOD 구독자의 28%를 차지했고 2위는 인도네시아 토종 OTT인 Emtek그룹의 <Vidio> 가 15%로 350만을 확보했습니다. 그 뒤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 지역에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VIU, WeTV, 넷플릭스가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지역의 OTT 이용 환경은 한국과 매우 다릅니다. 우선 모바일을 통한 이용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아래표를 보면 유투브, 틱톡 등 숏폼 위주의 동영상 이용이 모바일 동영상 시청 시간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SVOD 2위 VIDIO는 월간 방문자가 6천만명이 넘는데 유료 구독자 350만을 뺀 나머지는 모두 무료 시청자들입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무료 AVOD (광고 모델) 가 SVOD 보다 높은 이용(60%)을 보입니다.
그래서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에서 가장 인기 높은 OTT로 로컬 OTT인 ‘VIDIO’를 꼽습니다.
또한가지 특이한 사항은 인도네시아 OTT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보고 좋아하는 콘텐츠는 ‘한국’ 드라마 이고 그 다음이 로컬 그리고 스포츠 입니다.
종교적 정서를 돌파하지 못한 넷플릭스
그런데, 최신 한국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인도네시아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2016년에 인도네시아에 서비스를 런칭한 넷플릭스는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정서를 돌파하지 못합니다. 넷플릭스는 당시 인도네시아 영화 검열 위원회로 부터 폭력적, 성적인 콘텐츠를 전송했다는 점을 지적받습니다.
통신회사들로 부터 네크워크 차단
그리고 이 이유로 해당국가의 규정을 준수할 때 까지 인도네시아 국영 통신회사인 Telkom 을 포함한 대부분 통신회사들에 서비스를 4년 동안 차단 당합니다.
모바일 네트워크 차단과 함께 통신회사들과의 번들 상품 등이 막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 넷플릭스가 인도네시아에서 벌어들인 매출에 대해 세금 부과 이슈 까지 불거집니다.
2020년 성적 내용, 테러 관련 콘텐츠는 제공하지 않는 다는 조건에 동의하고 Telkom의 차단으로 부터 해제됩니다
(한국에선 여전히 6천억 매출에 40억도 안되는 세금을 안내고 있죠.)
*넷플릭스가 인도네시아에서 4년 동안 겪은 과정은 아래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주춤, 인도네시아 토종OTT 펄펄
넷플릭스가 3불 수준의 모바일 단말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고군분투 하는 사이 2014년에 출시한 토종 OTT <VIDIO> 는 인도네시아 1,2위 방송 채널의 로컬 오리지널 수천편과 배드민턴 외에도 챔피언스 리그 축구, 포뮬러 원, NBA 및 올림픽 등 대부분의 스포츠 리그 생중계 그리고 민영 통신회사와의 번들을 통해 이용자를 빠르게 넓혀갑니다.
로컬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한 미디어 회사가 독자 OTT 전략을 펼쳤기 떄문에 넷플릭스는 HOOQ, IFLIX 등과 제휴 했지만 이들은 로컬 콘텐츠를 공급할 만한 ‘콘텐츠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6년 만에 시동 거는 넷플릭스
아직 경쟁이 끝난것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의 3분 1만 현재 OTT 콘텐츠를 시청할 정도로 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넷플릭스도 본격 경쟁 체제에 돌입하였고 현지 오리지널 제작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9월 초 자카르타에서 오리지널 영화, TV시리즈 제작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는데요 마치 한국 오리지널을 일으켰던 2018년의 ‘넷플릭스 서울’을 연상시킵니다.
광고 AVOD, SVOD 를 선점한 VIDIO 의 수비
VIDIO 의 성공 비결은 로컬 콘텐츠를 가장 많이 제작하면서도 넷플릭스에 공급하지 않은 점, 인기 스포츠의 유일한 OTT 홈이 되었다는 점, 광고와 유료 구독 상품 등 서비스 다양성을 성공 시켰다는 점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2021년 말 Emtek의 VIDIO 는 아시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affinity Equity Partners) 로 부터 1억 5천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OTT를 확산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장하는데 활용됩니다.
VIDIO는 인도네시아의 38% 시청점유율을 확보한 방송 채널 보유자 라는 점에서 한국의 웨이브, 티빙과 매우 흡사합니다. 1차 투자 규모는 한국의 웨이브, 티빙이 유치한 규모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VIDIO가 넷플릭스라는 외풍을 물리치고 AVOD, SVOD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웨이브, 티빙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방송국들과 달리 인도네시아의 로컬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공급 게약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의 1세대 OTT였던 iFLIX와 HOOQ은 각각 헐값에 중국의 텐센트, 한국의 쿠팡에 매각되었죠. 콘텐츠 주인이 아닌 어그리게이터(aggregator) 였던 이들은 3불 이하의 저가 상품만 살아남는 아시아의 OTT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점에서 VIDIO의 선전은 서-동 아시아 특성을 고려한 AVOD 시장을 선점하고 SVOD 시장에서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넷플릭스, 디즈니 등이 광고상품을 아시아에 출시할 경우 로컬 OTT들이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미리 갖추고 있다는 것도 평가할만 합니다.
인도네시아 한국 콘텐츠를 웨이브, 티빙을 통해~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높다는 한국 콘텐츠가 웨이브, 티빙 등을 통해 서비스 되는 것은 어려울까요? 광고 OTT등 한국과는 다른 역동적인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스트리머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시점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사족 한가지 : 복합적 이슈가 있었겠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신들의 미디어 철학(콘텐츠 내용에 대한 규제 기준,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을 일관성 있게 관철시킨 점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