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아시아쇼케이스 : 숨겨진 전략 살펴보기
“디즈니는 선량한 기업이자 시민이 되는 것입니다”
손발이 오그라들것 같은 이 말은 마치 저작권 독점 이슈로 오징어게임의 성공 이면에 놓인 글로벌 OTT들의 부정적 영향력에 대한 반어법 같다. 미카마우스 일지 타노스 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 홍콩, 대만의 런칭을 앞두고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아시아 콘텐츠 쇼케이스” 에서 발표한 내용들의 이면에는 전세계적 OTT 경쟁 속에서 디즈니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1 왜 9,900원 인가?
한국의 디즈니플러스 가격은 <월 9.900원> 으로 발표되었다. 미국의 디즈니플러스의 가격 (현재7.99불. 2019년 최초 런칭 시점 6.99불) 과 비교하면 다소 비싼 가격이다. 작년에 일본에 런칭할 때 가격도 990엔 (8.98불) 이었다.
그 이유는 디즈니플러스에 <Star> 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Star의 탭을 누르면 드라마, 코미티, 판타지, 로맨스, 공상과학, 범죄, 공포 등 디즈니를 벗어난 범주의 영상들을 시청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레이아나토미, 프리즌브레이크, 위기의주부들 시리즈와 다이하드 전편, 슬리피 할로우, 데드풀 전편 등 수천편이 포함되어 있다.
2019년 말 미국과 1차 런칭국들의 디즈니플러스에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중심의 콘텐츠만 제공되었다. 디즈니가 보유한 가족지향 콘텐츠 라인업을 중심에 포진시켰기 때문이다.
2021년 초부터 일부 유럽 국가 중심으로 <Star>를 별도 탭으로 만들어 디즈니 왕국의 성인 대상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ABC, 20세기 폭스, FX 등) 콘텐츠를 제공하며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중남미 지역은 <Star Plus> 라는 독립 OTT를 출시하는데 스포츠 생중계 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디즈니플러스는 Star를 별도 브랜드로 출시하지 않고 훌루(HULU)안에 그 콘텐츠들을 포함시켰다. 넷플릭스와 달리 글로벌 전략에서 디즈니플러스는 ‘다원화’ 를 택하고 있다.
낮은 ARPU는 성장의 발목
디즈니플러스가 1억 3천만명의 구독자를 빠른속도로 확장한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요금’ 이었다. 전세계 디즈니플러스 구독자의 평균 월 수익은 4불~5불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10불~11불 인것과 비교하여 절반 수준이다. 질적 수익 보다 구독자의 양적 확산에 치중한 전략 때문이다. 특히 전체 구독자의 절반이 넘는 인도의 디즈니플러스핫스타 구독자들은 월 2불 미만을 지불한다. 결국 가격 인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전략으로 <Star> 를 포함시켰다. 동북 아시아 한국, 홍콩, 대만에 출시되는 디즈니플러스에 <Star>가 제공되고 일본도 <Star>를 런칭하여 가격 인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2025년 까지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의 총 구독자 합에 육박 하거나 추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구독자가 증가하더라도 향후 5년 동안 ARPU (월 구독자 매출) 를 매년 22% 씩 높여야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향후 몇년 동안 마블 시리즈 10개, 스타워즈 시리즈 10개, 디즈니 및 픽사 애니메이션 15편의 오리지널을 제작한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숫자로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제작 창고를 따라가기 어렵다. 낮은 구독자당 매출은 스트리밍 투자 속도를 더디게 할 수 밖에 없고 10년이 넘어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
물론 디즈니플러스의 낮은 가격이 빠른 속도로 구독자 숫자를 늘리고 이 구독자들이 디즈니 전체 생태계 (극장, 테마파크, 상품 판매, 뮤지컬 공연 등) 안에서 즐기는 기회를 확대하여 디즈니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 점이 넷플릭스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결국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 매출을 지탱할 완충지대가 <Star> 이다. 상대적으로 스트리밍 지불 의향이 높은 한국에서 9,900원 가격이 수용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4개의 동시접속, 10개 모바일 단말 다운로드 등의 부가적 가치와 16,000편의 콘텐츠 등을 평가하며 “낮은가격” 으로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2 KT 모바일 제휴의 방향?
디즈니플러스와 LG유플러스와 제휴는 이미 예견되어 왔다. 하지만 KT의 모바일 제휴는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었다. LG유플러스가 IPTV 까지 포함된 전방위적 제휴라면 KT는 무선 상품으로 한정되었다. LG유플러스가 IPTV 제휴에 일정 기간 독점을 요구했을 것으로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KT의 모바일 제휴 내용은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앞서 런칭한 다른 국가들의 제휴 사례를 통해 예측해 볼 수 있는 제휴 방안은 크게 2가지 이다.
첫번째는 특정 상위 요금제에 디즈니플러스를 번들로 묶어 할인 또는 기간 무료 제공하는 방안이다. 이때 디즈니플러스의 모바일 무료 데이터 제공등도 가능하다. 미국 런칭 시 버라이즌은 1년 무료 까지 제공한 바도 있다.
두번째는 아시아 국가 중 인도네이사, 태국, 말레이지아 등의 통신회사들 처럼 별도의 모바일 상품 (TV를 제외한 모바일 단말 이용 only)을 만들어 50% 할인 수준으로 제공하는 방안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이 제휴 전략으로 빠르게 동남아시아의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고 넷플릭스도 유사한 제휴 상품을 만든바 있다.
만일 이 상품이 제공된다면 국내 OTT들의 타격이 클 수 있다. 토종 OTT들은 모바일 중심 이용자비중이 70% 이상으로 높은데 가격이 더 낮은 디즈니플러스로 이동이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의 모든 통신회사가 자사의 OTT들을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모션의 강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모바일 독립 상품의 가장 취약점은 앞서 설명한바와 같이 구독자당 매출을 낮추는 것이다. 모바일 단독 상품이 출시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3 APAC 상생모델의 추진 배경
이번 발표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아시아 오리지널 콘텐츠의 구체적 목록과 아시아 콘텐츠 생태계의 ‘상생’ 파트너 역할을 주장했다.
글로벌 OTT 경쟁에서 아시아 위상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은 잠재 소비자 기반이 매우 크다. 전체 인구는 29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포함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 지역에서 대략 2,5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아는 아직도 잠재적 소비자들이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의 소비자들은 왕성한 콘텐츠 소비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매 분기 마다 100만명의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추가한 유일한 시장이 아시아이다. 아울러 아시아의 콘텐츠 창작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가 폭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아시아를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전세계의 관심을 빨아들일 수 있음을 확인한 글로벌 OTT들이 아시아로 진격하고 있다. 2015년 아시아에 첫 진출한 이후 넷플릭스는 220개 이상의 오리지널 타이틀을 출시했다.
결국 아시아 지역에서 “스트리밍 패권” 경쟁에서 디즈니가 본격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지역에 진출 한 이후 이 지역에서 넷플릭스를 앞질렀다.
인도의 구독자 성장이 만든 결과이다. 하지만 전체 누적 구독자로 보면 스트리밍 수익의 35%를 넷플릭스가 점유하고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10%로 2위이다. 한국의 구작 콘텐츠로 구독자를 늘리는 Viu와 중국의 We TV, iQiyi 등도 선전하고 있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APAC의 오리지널 콘텐츠 50개 이상을 2023년 까지 제작 하는 계획은 아시아경쟁의 본격적 시동을 의미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독특하고 창의적 스토리에 기반한 오리지널들은 각 국의 디즈니 애호가들을 확보하는데 활용된다. 그리고 글로벌 디즈니플러스 구독자들에게도 전달된다. 넷플릭스가 걸어온 길의 반복이다.
이번 발표에서 선보인 20여편의 오리지널들은 K-POP (무비 : 블랭핑크), 강풀 웹툰 원작(무빙), 그리고 로맨스, 법률, 가족, 코미디,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한국은 드라마 위주, 일본은 애니메이션이 중심이다. 특히 일본의 지브리스튜디오가 넷플릭스와 계약 된 것을 고려한다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독특하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한 디즈니플러스가 3편의 오리지널을 발표하여 중화 권 국가들의 기반 확대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발표된 오리지널의 특징들을 보면 웹툰 원작의 <무빙> 등 몇편을 제외하고는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비교해보면 대체로 평범하다. 선량한 OTT 콘텐츠!‘디즈니’ 의 우산이 주는 압박일까?
디즈니플러스의 아시아 기반 오리지널 확대 전략은 향후 스트리밍 경쟁 시장을 뜨겁게 달굴 커다란 이슈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가 까지 글로벌 OTT로 인해 플랫폼 구독자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토종 OTT 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자가 추가되었다. 디즈니의 발표에 이어 CJ ENM의 티빙도 일본, 대만 진출을 선언했다. 아시아 경쟁에 참전한 국내 OTT의 선전을 기대한다.
반면 한국의 제작산업은 이 상황을 적극 활용하여 선진화 되고 글로벌로 영향력을 확장할 좋은 기회이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상생’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상생의 구체성은 부족하다.
'상생'은 윈윈을 전제로 한다. 합리적 제작 비용, 저작권의 일정 지분 인정, 글로벌 확장에 따른 성과 창출 시 인센티브 부여, 스토리 다양성을 위한 재투자 등 구체적 상생의 리스트들이 필요하다.
11월 열리는 새로운 스트리밍 세상! 소비자는 즐겁다.
참고 : 디즈니플러스 아시아 오리지널 리스트
국가 |
장르 |
타이틀명 |
내용 |
한국 |
다큐 |
블랙핑크 : 무비 |
극장, 디즈니플러스 동시개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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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무빙 |
강풀 웹툰 원작. 액션 스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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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 |
로맨스 드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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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드롭 |
로맨틱 멜로 드라마(정해인, 블랙핑크 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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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나의 경찰수업 |
경찰학교 배경 청춘 로맨스 (강다니엘 데뷔작) |
|
|
그리드 |
공무원과 형사의 미스터리 스릴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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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 식스센스 |
웹툰 원작. 로맨스 판타지 |
|
오락 |
런닝맨 아웃런 |
SBS 장수 예능 스핀오프 작품 |
일본 |
드라마 |
도쿄 MER(이동 응급실) |
스즈키 료헤이와 카쿠켄토 주연 의 의료드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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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
블랙 락 슈터 던폴 |
글로벌팬덤 인기 캐릭터 ‘블랙 락 슈터’의 reboot 애니메이션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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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타임 렌더링 |
일본 최고의 만화 타이틀 기반 애니메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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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johan time machine blues |
오리지널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 |
대만 |
드라마 |
Small & mighty |
법률 드라마 |
|
|
Women in taipei |
Women In tokyo의 스핀오프 드라마 |
중국 |
드라마 |
Delicacies Destiny |
음식 소재의 시대극 |
|
|
Joy of life2 |
로맨틱 시리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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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네가족 |
가족 휴먼 드라마 |
인도네시아 |
드라마 |
Bad Signal |
동명 히트영화 각색. 코미디 |
|
|
Tira |
판타지 시리즈 |
|
|
Virgin the series |
동명 영화 스핀오프 드라마 |
|
|
Jurnal Risa |
모험 드라마 |
|
|
텔루 다라 |
공포 드라마 시리즈 |
호주 |
다큐 |
Shipwreck Hunters |
난파선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
말레이지아 |
애니메이션 |
Ejen Ali Season3 |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